커피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자유롭지 않다.
여러분, '커피'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사회학 이론 분야 대표 서적 중 하나인 '현대 사회학(앤서니 기든스)'은 위의 질문으로 사회학 수업을 시작합니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왜 아침에 일어나서 수많은 다른 음료 중에 굳이 커피를 선택했을까요? 한국의 전통 음료인 식혜나 수정과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은 왜 많이 없을까요?
또한 '커피 한 잔 하자' 라는 말은 흔히 '만나서 대화를 나누자'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식혜 한 잔 하자' 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죠.) 왜 커피에 그런 뜻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상상해 봅시다. 만남이 성사되어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상대방이 '커피 한 잔 하자며? 왜 아무 말도 안 하는건데? ' 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거기에 우리가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했잖아, 입 다물고 커피나 마셔' 라고 대답한다면 얼마나 어색한 상황에 놓이게 될까요?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것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아침을 시작하는 음료로 식혜 대신 커피를 선택한 것은 확률적으로 우연이 아닙니다. 커피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음료라는 의미를 부여받는 것 역시 나 혼자 선택하거나 함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커피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순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 입니다.
마약 중독과 카페인 중독의 차이, 그리고 전 세계 커피 네트워크.
커피는 두뇌를 자극하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고 습관성이 큰 약물로 마약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나는 카페인 중독자' 라는 말을 합니다. 코카인 중독자, 마약 중독자들이 당당하게 본인의 기호를 말할 수 없는 것과는 다르게요. 물론 이런 예시가 너무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비슷한 선택 중 어떤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중 어떤 것은 허용되고 어떤 것은 허용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중독성의 문제라면, 어떤 수준의 중독성까지를 허용할 것인가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다른 한편으로 커피는 대한민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식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커피를 소비할 수 있는 걸까요? 이는 몇몇 개인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생산, 유통, 소비의 네트워크가 전세계적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커피는 대체적으로 가난한 국가에서 재배되어 부유한 국가로 유통되는 대표 상품입니다. 서구의 전통 음료처럼 여겨지는 커피가 대중화 된 것은 1,800년대부터이며 이 시기는 서구의 식민 지배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시기와 일치합니다. 이런 역사적 조건이 아니였다면 가난한 국가에서 플렌테이션 농장을 통해 커피콩이 대량으로 재배되고 서양에 값싸게 유통되어 결국에 우리가 지금처럼 커피를 '자엽스럽게'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역사적 조건속에서 오래도록 지속된 불평등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자유롭다고 믿는 선택은 내가 아닌 엄청나게 많은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역사적 조건,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순전히 나의 자유로운 선택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우리의 선택은 다른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시민들 앞에서 공정 무역 커피나 독립적인 소규모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공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본인들의 선택을 시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주어 사회적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요. 영향력의 범위는 다를 수 있지만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요. 그런면에서 우리는 나에게 특정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동시에 더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는 나의 선택을 만들지만 동시에 나의 선택 또한 사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역사적 시기, 사회적 문제, 개인의 삶을 겹쳐서 이해하는 힘을 '사회학적 상상력(sociological imagination)'이라고 합니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사회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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